손으로 쓴 편지와 따뜻한 조명
마음 전하기 2026년 2월 15일 · 9분 읽기

지금 쓰는 편지가,
나중에 가장 따뜻한 선물이 됩니다

"유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무겁고, 슬프고, 아직은 먼 이야기 같다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유언장은 법적 문서이고, 재산을 나누는 이야기이고, 죽음을 전제로 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언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를 미룹니다. "아직 건강한데 뭘", "나중에 해도 되지"라고요.

하지만 잠깐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정말 재산 이야기뿐일까요? "고마웠다", "미안했다", "네가 태어나서 정말 행복했다", "그때 네가 해준 그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런 말들은 유언장에 쓰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사랑의 기록입니다.

유언이 아닌, 사랑의 편지

서양에는 "ethical will" 또는 "legacy letter"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법적 유언장(legal will)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자신의 가치관, 인생에서 배운 것,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글로 남기는 전통입니다. 재산이 아니라 마음을 물려주는 것이지요.

이 전통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히브리 성경에서 야곱이 아들들에게 축복의 말을 남긴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합니다. 현대에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legacy letter를 씁니다. 특별한 형식은 없습니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혹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손주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문화가 낯설지만,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도 비슷한 전통이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서랍에서 발견한 낡은 편지, 아버지가 군대에서 어머니에게 보낸 엽서, 어머니가 아기 때 적어둔 육아 일기. 이런 것들이 남겨진 가족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경험해 보신 분은 아실 것입니다.

지금 쓰면 좋은 이유

"나중에 쓰면 되지"라고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나중은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지금 쓰면 좋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기억이 선명할 때 써야 합니다. 우리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흐려집니다. 아이가 처음 걸었던 날의 감동, 배우자와 처음 만났던 날의 설렘, 부모님이 해주셨던 따뜻한 말 한마디. 이런 기억들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선명합니다. 10년 뒤, 20년 뒤에도 똑같이 기억할 수 있을까요?

둘째, 건강할 때 써야 합니다. 병상에서 쓰는 마지막 편지도 물론 소중합니다. 하지만 건강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쓴 편지는 무게가 다릅니다. 죽음을 앞두고 급하게 쓴 것이 아니라, 평온한 일상 속에서 천천히 마음을 담은 편지. 받는 사람도 그 차이를 느낍니다.

셋째, 쓰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할 말을 정리하다 보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됩니다. 무엇이 중요했는지, 누구에게 감사한지, 어떤 순간이 나를 만들었는지. 이 성찰의 과정은 남기는 사람 자신에게도 큰 선물이 됩니다.

무엇을 쓸 수 있을까

막상 쓰려고 하면 막막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다음의 네 가지를 생각해 보세요.

감사의 말

"네 덕분에 내 인생이 풍요로웠다." 구체적인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아이가 어렸을 때 손을 잡고 걸었던 그 골목길, 힘든 시기에 묵묵히 옆에 있어준 배우자의 뒷모습, 아무 말 없이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셨던 어머니. 그 순간이 얼마나 고마웠는지를 적어보세요.

함께한 추억

"그때 기억나니?"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가족 여행에서 길을 잃었던 일, 비 오는 날 현관에서 같이 비를 바라보았던 일, 명절에 부엌에서 함께 만두를 빚었던 일.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이 실은 가장 따뜻한 기억입니다.

당부의 말

"이것만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인생을 살면서 배운 것들, 꼭 전하고 싶은 가치관, 어려울 때 기억했으면 하는 말. 거창한 인생 철학이 아니어도 됩니다. "밥은 꼭 챙겨 먹어라", "사람한테 너무 상처 주지 마라", "힘들면 쉬어도 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전하는 소박한 당부가 가장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사과의 말

"그때 미안했다." 살면서 한 번도 실수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놓쳤던 것들, 화가 나서 했던 말, 해줘야 했는데 해주지 못한 것들. 이런 마음을 솔직하게 적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래서 더 귀합니다.

음성과 영상으로 남기면 더 따뜻한 이유

글로 쓴 편지도 물론 소중합니다. 하지만 목소리로 남긴 메시지는 차원이 다른 따뜻함을 전합니다. 글에는 담기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목소리의 떨림, 웃음 소리, 잠깐의 침묵, 울먹이다 다시 이어가는 말. 이런 것들이 모여서 살아있는 감정이 됩니다.

영상은 더 많은 것을 담습니다. 이야기하는 표정, 눈빛, 손짓. 세월이 흐른 뒤 가족이 그 영상을 볼 때, 그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다시 만남이 됩니다. "아, 아버지가 이렇게 웃으셨구나." "어머니 목소리가 이랬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는 커집니다.

완벽한 편지를 쓸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진심이 담겨 있느냐는 것입니다. 서툰 말이어도, 떨리는 목소리여도, 그것이 진심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이 됩니다.

오늘, 한 줄부터 시작하세요

긴 편지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은 한 줄이면 됩니다. "아들아, 네가 태어난 날 비가 왔는데, 그날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이 한 줄이 시작입니다.

내일은 또 한 줄을 더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루에 한 줄씩, 일주일에 한 단락씩 쌓이다 보면, 어느새 당신의 마음이 온전히 담긴 편지가 완성됩니다. 유언장이 아닙니다. 살아있는 동안, 건강한 동안, 기억이 선명한 지금 쓰는 사랑의 기록입니다.

지금 쓰는 이 편지가, 나중에 가장 따뜻한 선물이 됩니다. 오늘, 시작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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